수필

aspakang 2020. 11. 2. 17:19

언젠가 순우리말로 우리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 글자로 되어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 "몸"이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옷.밥.집이다. 한자어의 의.식.주에 해당한다. 그리고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역시 외자 이다. 눈.코.입.귀.손.발 등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수불가결한 물이며 숨이다. 

 

이런 기본적인 셍존 조건이 갖추어진 인간에게 그 다음으로 가장 필요한 곳이 무엇일까? 바로 돈이다. 돈은 어원이 돌고도는 것이라서 돈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한자어 전(錢)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금의 무게를 표시할 때도 한돈,두돈하는 것이 금이 화폐로 쓰였기 때문이란다.

 

최근에 돈에 관한 책 두권을 계속해서 읽었다. 한권은 "돈의 철학"으로 노교수가 지은 책이고 또 한권은 성공한 재미교포 기업가가 쓴 "돈의 속성"이란 책이다. 두가지 책 모두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산전수전 다 겪고 상당한 독서량과 사색의 내공을 가진 분들의 글이라 대학 마치고 평생을 소위 비지네스세계에서 몸을 굴리면서 살아 온 필자에게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사실 돈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이 세상에서 극소수라고 할 것이다. 경제학의 비조 A Smith는 한명의 부자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500명의 가난뱅이가 요구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연구조사에서도 부자라고 하면 적어도 10억이상의 금융자산을 소유하고 있고 부동산등을 포함한 총자산이 50억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근데 정작 50억 이상의 자산가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대부분 자신이 부자가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들의 대답이 단순히 겸손함의 표현만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50억에 만족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년 소득이 1백만달러 이상은 되어야 부자라고 한다. 자산이나 재산이 주로 부동산에 치중되어 있는 우리네와는 다른 모습이다. "돈의 속성"을 쓴 김승호회장은 인생에서 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영적 각성을 이루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한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하기사 영적 각성을 이룰 가망이 없는 필자는 인생에서 돈 문제도 제대해결하지 못했으니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 오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나하는 자괴감이 든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고도의 물질문명을 발달시켜 엄청난 물질적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돈에 목 말라한다. 부는 사실 우리에게 편리함과 즐거움과 쾌적함을 제공한다. 그 뿐이 아니다. 돈은 우리의 위신을 높혀주고 발언권을 강화하며 명예를 고양시킨다. 김승호씨가 언급했듯이 돈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한다. 하지만 가난은 상상이상으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비참하게 하며 심지어 죽음으로까지 인도한다.

 

돈을 바라보는 시각도 종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전통적인 캐톨릭이나 불교. 유교 등에서는 돈을 더럽고 영혼을 타락시키는 물건으로 여겨 온 것 같다. 성경에도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보다 어렵다고 했다. 불가에서도 모든 재물은 다 허망하다고 했고 심지어 "춥고 배가 고파야 도를 추구하는 마음이 난다."(飢寒發道心) 이라고 했으며 공자님 역시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베게하고 누웠어도 역시 즐거움은 그 속에 있다."하여 청빈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개신교나 유태교는 돈을 달리 보는 것 같다. 개신교는 겉으로는 돈을 멀리하면서 면죄부를 팔아 베를 채우는 구교에 반항하여 만들어진 종교이니 이런 허위. 위선을 버렸다. 그들은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는 것이 하느님에게 선택받은 증거라고 보았으니 지상에서는 부자가 되고 죽어서는 천국에 가는 최상의 선택을 받은 자가 부자인 것이다. 한편 유태교 역시 2000여년을 유랑하면서 돈이나 귀금속이 가장 중요하다고 뼈저리게 느낀 사람들이다. 그들은 중세시대 유럽에서 당시 가장 천한 직업이라고 여겨졌던 대금업을 하여 많은 돈을 모았다. 사람들은 주머니가 가벼우면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하고 주머니를 채우는 방법을 탈무드를 통해 후세에게 가르쳤다. 그들이 오늘날 전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돈을 벌고 부자가 되기위해 일로 매진한다. 오죽하면 시세차익을 노리고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투자한다는 "영끌"이라는 말이 유행할까? 이처럼 우리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이들의 각축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어 이 세상은 끝없이 물질적으로 진보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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