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날개

aspakang 2015. 6. 30. 23:33

 

필자는 개인적으로 하늘을 나는 것을 좋아한다.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육지를 이동할 때에도 주로 두 발을 이용했지만 마음만은 종달새나 제비처럼 하늘을 날고 싶었다. 육지에는 길이 있어야 갈 수 있지만 하늘은 내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창공을 유영하는 솔개의 자유와 여유로움을 동경했다. 땅위에서 서로 아웅다웅하고시시비비를 따지는 인간사를 벗어나 높은 하늘에 올라 이 모두를 조망하며 여유를 부리고 잘난 척하고 싶었던거다.

 

그래서 한 때 안산에 있는 비행학교도 알아 보고 등록도 하려 하였다. 하지만 남편을 언제든지 하늘나라도 보낸수 있는 경비행기 조종을 극력 반대하는 부인의 강력한 저항으로 그 의지를 꺾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하늘을 자력으로 날아 보고 싶다는 욕망은 내 가슴속에 휴화산처럼 뭍혀있다.

 

언젠가 사춘기 시절 이상의 "날개"란 소설을 읽고 동씨의 천재성과 소설의 파격성, 그리고 그 기하학적 이야기 전개성에 감복한 적이 있다. 식민지 조국의 암울한 현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일제의 폭압정치, 이상은 그런 부조리하고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 나고 싶었던 거다. 그 역시 날개가 필요했던 거다.

 

지금은 자정에 가까워 또 하루가 저무는 시간, 28층 아파트서재의 창문으로 저 멀리 한강이 보인다. 갑자기 겨드랑이가 가렵다. 날자! 날아보자! 땅강아지처럼 땅에만 붙어 있지 말고 하늘을 날아 보자. 인간의 두팔은 원래 날개가 퇴화해서 만들어 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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