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기대치

aspakang 2013. 7. 1. 19:00

내 친구가 지은 협상론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올림픽때 시상대에 올라서 상을 받는 선수들의 표정을 보면 은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이 훨씬 밝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충 짐작하겠지만 은메달을 딴 선수는 금메달을 기대했는데 그것을 놓친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이고 동메달을 딴 선수는 은메달보다는 못하지만 그가 기대했던 동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기야 3.4위전에서 졌으면 동메달을 따는 것도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이러한 표정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선수들이 아마 한국 선수들이 아닐까한다.

 

메달의 색깔, 특히 금메달 획득 개수에만 치중해서 순위를 매기고,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만 주로 대서특필을 하고 엄청난 차별대우를 하니 운동만 해 온 젊은 선수들, 특히 은메달을 목에 걸은 한국 선수들의 실망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다시 금메달에 도전하려면 4년의 세월을 뼈를 깎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 하고, 4년뒤 올림픽에 출전해도 금메달을 딴다는 보장은 없다.

 

행복은 메달 색깔이나 성적순이라는 얘기는 우리네 현실에서 공허하게 들린다.

 

우리가 행복론을 말할때도 제목의 기대수준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행복이 소유를 욕망으로 나눈 크기로 정의하거나 충족을 기대수준으로 표현한다고 할 때, 불교에서는 비록 소유나 충족이 적드래도 기대수준을 낮추면 행복의 크기는 커진다고 하는 것이다. 하기야 세속의 욕망이나 행복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법정스님 같은 분은 무소유를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행복이 인생의 주된 목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생의 목표는 행복추구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대치를 낮추어야 하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메달, 특히 금메달을 따겠다는 욕망과 기대가 없으면 어떻게 되나? 끈질긴 승부욕과 기대치가 높지 않다면 몸과몸을 부딪히며 각축하는 선수들도 드물 것이며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들의 모습에 게임의 긴장감은 떨어지고 올림픽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기대수준을 낮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세속에서의 성공과 부를 꿈꾼다. 개신교에서는 오히려 세속의 성공이 하나님께 선택됐다는 표식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구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든 사람에게 노출되는 정보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여하에 관계없이 기대수준이 높아질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러면 우리는 기대치를 한껏 부풀려서 높게 잡아야 하나? 아니면 세속의 성공은 나와는 관계없다는 식으로 낮추어 잡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인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 세상의 진보와 발전은 기대치가 높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빋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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