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거짓말

aspakang 2013. 8. 20. 16:45

살면서 우리는 많은 거짓말을 한다.

 

어려서 우리는 부모님이 놀리거나 사회규범을 지키라는 의미로 하는 거짓말을 우선 접하게 된다. 그리고 칭찬이나 비난의 말을 거짓말이나 비유의 형태로 배우게 된다. 소위 사회화의 거짓말이며 이른바 햐얀 거짓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들을 골리거나 놀리 때 심심찮게 거짓말을 하면서 성장해 왔다. 물론 하얀 거짓말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고 세상을 더 많이 알게 되면서 점점 거짓말을 하는 강도와 횟수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연히 이러한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이 아니며 검은 거짓말, 즉 진짜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예외는 늘 있는 법이다. 어려서 조그만 거짓말을 하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혼나고 난 얘들 중에는 그 이후 정말 거짓말을 전혀 안하는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성인군자나 위대한 성직자가 이 부류에 속한다.

 

일반인들의 거짓말은 자라면서 그 질과 양 모두 나빠지고 늘어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 역시 나이가 아주 많아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그 빈도와 질이 다시 줄어지고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사후세계에서 이생에서 한 행위에 대해 비판과 평가를 받아 천당에 가거나 지옥에 간다고 배워왔기 때문에 더 이상 죄짓는 것을 꺼려한다. 즉 거짓말이란 기본적으로 죄악이며 잘해도 선은 아니라는 얘기다.

 

죽을 때까지도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는데 이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자신은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모두 용서해 주신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대단한 착각이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그 하나는 사람들의 칭찬이나 관심을 끌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올리기 위함이요,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비난이나 벌을 피하고 역시 자신의 존재가치를 올리기 위한 것이다. 결국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사실과 다르게 과대포장해서 올리려고 하는 인간의 아름답지 못한 성품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살아오면서 그간 해온 거짓말들을 곰곰히 따져보면  이 역시 위의 2가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잘한 거나 고생한 것은 과대포장해서 얘기하고 내가 잘못했거나 실수한 것은 축소.왜곡하여 얘기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청문회가 한창이다. 똑같은 사실에 대한 증인들의 증언이 180도 다르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온 국민이 지켜 보는 가운데..... 

 

그런데 이런 거짓말은 개인의 양심이나 윤리.도덕에 앞서는 또다른 조직논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조직원이 조직에서 명령을 받고 진행한 불법적인 일이나 행위는 개인의 판단을 넘어선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진행한 일에 대해서 개인에게 모두 책임을 지우기는 힘들다. 더구나 조직전체의 이익이나 조직보호를 위해 개인의 판단은 유보되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상사의 의견을 거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언자들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거짓말은 인간의 양심과  윤리의식을 좀먹고 나아가 거짓말하는 그 개인의 선의지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뿐만 아니라 이는 사회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회적 갈등과 분노.저항을 불러 그 사회적 비용은 거짓말하는 사람이 보호하고자 했던 조직보호의 이익보다 훨씬 큰 금액이 될 수도 있다.

 

제발 거짓말하지 말자. 거짓말은 하는 사람들에 대한 최대의 징벌은 본인이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굳이 사후세계나 신의 심판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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