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후손의 의미

aspakang 2012. 12. 2. 15:02

어제 밤에 아들에게 화를 내며 나무랐다. 아마도 이세상에 태어나 자식을 키우고 가르치는 것이 큰 즐거움이자 스트레스인 것은 틀림이 없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이를 번뇌, 아니 인생 자체가 "고"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인간, 아니 모든 생물은 이 세상에 2세를 남기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소위 종족보존 본능이다. 종족보존 본능은 2세를 잉태.출산시키는 본능이외에 이를 잘 양육해서 자신의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들을 이기고 더욱 번성해 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점에서 유교윤리는 인간의 종족보존 본능을 대변하는 가장 충실한 이론인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유교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후손을 낳고 기르는 기간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후손을 잘 양육하기 위해 장기간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젊음을 다 소비하고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부모세대를 후손들은 잘 돌보아야 한다는 원초적인 이론이 아니가 한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고 인간의 물질적인 풍요가 최극성기에 달한 이 시점에 고리타분하게 후손의 의미를 되집어 보고자 하는 이유가 뭘까? 더구나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늙은 부모 봉양에 그렇게 적극적이지도 호의적이지도 않는데 말이다. 소위 국민연금이나 노인에 대한 공적부조는 이런 세태를 반영한 제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놈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내가 바라는 인간상으로 커 주기를 기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성공하지 못한 내 인생을 자식에게 투영시켜 성공한 자식을 통하여 나의 성공을 인정받으려는 대리만족의 EGO인가? 아니면  내 노후 생활를 보장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나의 경제력을 고려할 때 자식의 경제적 성공은 나와 내자의 안락한 노후생활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일까?

 

사실 우리세대는 6.25전쟁이라는 민족적 비극이 휴전이라는 어정쩡한 상태로 종료된 이후 다소 안정된 분위기속에서 태어났다. 부모들은 과거의 다산 풍습에 젖어 많은 애들을 낳았는데 발전된 의학기술과 미국의 원조, 그리고 이어진 산업근대화로 영양상태가 호전되어 영아사망율이 급격히 낮아진 덕분에 이 나라 인구증가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다.

 

이제 은퇴기에 접어든 우리 세대의 모임에 가면 우리는 부모에게는 효도하고 자식들에게는 효도받지 못하는 마지막 세대라고 자조섞인 탄식을 한다. 하지만 이미 우리세대들도 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형제가 많으면 많은대로 서로 미루고 적으면 적은대로 모실 능력이 안된다는 둥 이유가 많다.

 

결국 이제 우리 인간들도 동물들처럼 자식들 키워서 세상에 내 보내면 부모 의무가 끝나는 것이고 자식들 역시 부모 봉양의무가 없어진다고 보면 될 것이다. 바야흐로 공자님 말씀인 유교윤리가 이땅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자식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집어 볼 때가 되었다고 본다.  어느 소설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끊기 힘든 줄이 탯줄이라고 했지만 이는 다분히 인륜적, 문화적 관점에서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지적한 것일 것이다. 탯줄을 끊지 않고서는 2세가 새로운 독립 개체로 자라나갈 수 없다.

 

하지만 우리세대들은 자식들에게 노년을 책임지울 수 없다는 사실과 자식은 이미 독립된 개체로 살아 가야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자식들의 양육.교육이 끝나자 이제는 취직 나아가 결혼 혹은 그 이후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무한책임만 있는 것 같다.

 

나부터 자식에 대한 과도한 기대에서 벗어나자. 아울러 자식들이 올바르고 강인하게 이 세상을 헤치고 나갈 능력과 용기를 붇돋아 주되 강요하지 말고 무한책임의식에서 벗어 나야겠다. 따지고 보면 공적부조나 사회보장제도가 부실한 이 나라에서 내 한몸 노후 보장할 능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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