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구멍

aspakang 2010. 3. 13. 14:15

   구멍이라고 하니 좀 저속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단어 이지만 인간에게는 아홉개의 구멍이 있다고 한다. 각자 자기 몸의 구멍을 헤아려 보면 알 일이다. 한자어의 깊이 추구하고 탐구한다는 의미의 "구"(究)라는 글자도 이 아홉개의 구멍을 깨끗이하고 갈무리를 잘 해야 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단어라고 한다. 

 

   인간에게 구멍이 없다면 존재자체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폐쇄회로인 인간이 외부로부터 신체의 유지를 위한 자양분과 에너지를 섭취하고 다시 찌꺼기를 배출하는 구멍이 없다면 무생물에 불과 할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구멍을 통하여 신체 유지를 위한 영양분과 배설물을 받아 들이고 내쏟는 것만은 아니다.

 

   인간은 뚫린 구멍을 통하여 사물을 인지하고 위험을 감지하여 이를 회피할 뿐만 아니라 쾌락마저 주로 이 구멍을 통하여 추구한다. 우리가 얼굴을 중요시 하는 이유도 실은 대부분의 구멍이 얼굴과 그 주변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이 구멍 관리를 잘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자주 귀지를 파고 귀를 씻는다. 눈도 딱고 눈치료도 한다. 그리고 눈이 나쁘면 안경까지 끼고 사물을 잘 볼려고 애쓴다. 코딱지도 파내며 코털도 깎는다. 그리고 이빨을  매일 청소하며 입안 가글도 한다. 그뿐인가 여자들은 거의 매일 입 주변의 입술에 갖가지 색을 바르면 이성에게 잘 보일려 하는 것 같다.

 

   배설구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인간은 배뇨하고 난 뒤 배뇨구를 털거나 딲는 유일한 동물일 것이며 변을 보고난 뒤는 무엇으로든 반드시 딱는다. 그것도 모자라 세찬 물줄기로 항문 주위를 세척하는 기구마저 개발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 이런 물리적인 소제작업 내지 청결 작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아니 그렇게 되어서도 않된다. 듣는 것, 보는 것, 숨쉬고 냄새 맞는 것, 먹고 마시고 말하는 것, 그리고 배뇨.배설까지 우리가 어떻게 해야 진정한 된 인간. 깨달은 자라 할 수 있을까?

 

   이 시대의 사표로 존경받던 법정스님이 입적하시고 조촐한 다비식이 있는 오늘, 죽음의 생각하고 그 의미를 떠올리며 소회를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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