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님은 갔습니다

aspakang 2009. 6. 2. 11:48

님은 갔습니다

 

아! 갔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새벽 찬 공기를 가르고 아침 이슬에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봉화산 자드락길을 따라 님은 갔습니다.

 

 

아! 갔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淨土院(정토원) 극락세계에 계신 父母님께 하직인사 드리고

아무런 미련 없이 님은 갔습니다.

 

 

아! 갔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깎아지른 부엉이 바위 위에 서서 정든 고향과

너른 들녁을 바라보고서 허허로이 님은 갔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님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그 원대한 포부와 이념에 동조하면서도 그에 대한 지지를

다 하지 않았고,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는 그 순수한 의지를

작은 과실만 보고 끝없이 의심했습니다.

 

 

님이 떠나고 홀로 앉은 이 새벽

슬픔과 비탄이 가슴을 칩니다.

분노와 울분이 치밀어 오릅니다.

자책과 회한이 소용돌이칩니다.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님은 갔고 비겁한 저희만 남아 긴 弔問 행렬만 잇고 있습니다.

누구였던가요?

살아남은 자가 이기는 자라는 饒舌(요설)을 내뱉은 자가!

살아남아 세치의 혀를 놀리고 잔머리를 돌려

利害打算(이해타산)을 따지는 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

 

 

이 아침 님을 가슴에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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