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가 점점 분노조절에 실패하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곳곳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자가 속출하고 있고 헤어진 애인등에 대한 보복살인과 분노에 의한 방화나 폭행도 자주 일어난다. 끼어들기나 앞지르기를 했다고 보복운전이나 험한 말로 화를 표출하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본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화를 잘 내는 민족도 드문 것 같다. 거리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아파트촌에서도 심심찮게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역사적으로 항상 외적에 치이고 지체 높은 분들에게 굽실거리고 착취를 당해온 유전자가 축적돠어서 그런가? 서양에서도 게르만족이나 앵글로 색슨족보다 남쪽에 사는 라틴족들이 날씨탓인지 화를 잘 내고 성질을 부리는 빈도가 훨씬 높다고 하는데 우리도 지구온난화로 날씨가 점점 더워져서 갈수록 화를 잘 내는 것일까? 정말이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미국처럼 총기 소지를 자유화했다가는 화나 분노로 인한 살인이 끊이질 않을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필자도 사실 화를 잘내는 다혈질이다. 개인적으로 나를 비난하거나 욕하면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내 생각에 불합리하거 나 부조리하다고 생각되거나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현샹을 보면 분노심이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비겁하게 나보다 강자나 강한 권력을 향해서는 꼬랑지를 내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느 분이 지적한대로 비등점이 낮다. 쉽게 끓어 오르고 쉽게 식어 버린다.
불교에서는 자신을 망치고 수행을 방해하는 탐.진.치를 삼독심이라 하였고 그 중의 하나로 특히 화를 내는 "진심"을 자신을 물어 죽이는 독사에 비유하였다. 그만큼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을 죽이고 화를 받는 상대방마저 죽인다. 옛말에 "참을 인"자 세개면 살인도 피하다고 했는데 화는 그만큼 위험한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필자가 화와 분노라는 단어를 구분없이 사용하였는데 사회적으로 뉘앙스는 좀 다른 것 같다. 즉, 화는 좀 더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의 일에서 발생하는 분노는 좀더 사회적이고 공적인 영역의 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아마도 우리 사회의 한자어 선호내지는 한자어 우월주의에 근거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화를 내거나 분노하는 것은 개개인이다 다만 그 화나 분노를 조직화하거나 사회할 경우에는 화라는 말은 쓰지 않고 분노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하지만 둘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개인적인 화나 분노를 자기 발전이나 성장의 밑거름으로 사용해서 성공하거나 큰 일을 이루는 사람들은 많다.
아래는 BTS GROUP을 탄생시키고 성공시킨 하이브사의 방시혁대표가 그의 모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을 향해 한 말이다.
제게는 원대한 꿈이 없는 대신 ‘분노'가 있었다. 분노가 저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고, 제가 멈출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최고가 아닌 차선을 택하는 ‘무사안일'에 분노했고, 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여러 상황을 핑계로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는 관습과 관행에 화를 냈다.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으로 타협 없이 하루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달려왔다”고 말했다. 또 “제가 종사하는 음악 산업이 처한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았고, 그것들에도 분노했다”라며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평가와 온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화내고, 아직도 싸우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방 대표는 후배들에게 “앞으로 졸업생들의 여정에는 부조리와 몰상식이 많이 놓여있을 것”이라며 “여러분도 분노하고, 부조리에 맞서 싸워 사회를 변화시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자신이 정의한 것이 아닌, 남이 만들어 놓은 목표와 꿈을 무작정 따르지 말고, 상식에 기초한 꿈을 키우고 이를 좇아 사회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니 젊은이 여러분, 아니 나를 포함한 늙다리들도 화나 분노를 발산하여 스트레스 해소만 하지 말고 자기 발전과 사회변혁의 원동력으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