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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aspakang 2023. 4. 3. 16:19

노력없이도 먹을 수 있는 것이 나이라더니 나도 이제 만 65세를 넘은 지도 꽤 되었다. 이제 공식적으로 노인대열에 가담한 것이다. 또래 친구들은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소위 "지공대사" 카드가 나왔다고 좋아했지만 지하철 누적적자가 조단위를 넘었다는 소식에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이 세상에 보탬이 되지는 못할망정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다.

 

많은 친구. 동료들이 은퇴를 하고 노년의 생을 보내고 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친구들은 신체 장기의 일부를 인공물로 

대체하거나 인공의 기기들로 건강보조 장치를 달고 살고 있다. 눈은 백내장 수술로 인공 각막 장착 시술을 하였고, 이는 뽑아내고 임플란트를 하였으며, 귀에는 보청기, 심장에는 스텐트 시술을 한 이가 많다. 그뿐인가, 척추에 철심을 박거나 인공관절을 시술한 이도 적지 않다. 물론 이보다 더한 장비를 달고 사는 이도 있고 특수한 기구를 장착한 친구도 있지만  너무 구차해서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나라에서 인정한 노인이 만 65세부터라고 하지만 많은 노인들은 자신이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노인이라고 불리기를 거부한다. 꽁지머리를 한 어느 늙다리 문학평론가는 자신을 "어르신"이라고 부른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우리친구들도 짧은 머리를 하고 짝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원색의 점퍼를 걸치고 다닌다. 늙음을 거부하고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시위하는 것 같다.

 

필자가 어렸던 1960년대, 70년대보다도 평균 수명이 20년 이상은 늘어난 것 같다. 현재의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3세 정도 된다고 하니 아마도 우리가 죽을 때쯤되면 평균수명이 90세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60세에 은퇴한다면 30년 동안을 무직자내지 실업자로 버텨야 한다. 우리 인생에서 30년을 허송세월하는 기간이 있을까?

 

그러니 이 30년동안 잉여인생으로 허송세월을 하며 살 수는 없다. 과거의 기억을 곱씹고 과장하며 찬란했던 왕년을 자랑한다고 해서 누가 봐주는 것도 아니다. 젊음의 정념과 치기가 사라지고 차분히 서안에 앉을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신만의 창조적인 일을 해야한다. 쭈글쭈글해진 얼굴과 목주름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육체가 쪼그라 들수록 우리의 정신마저 쭈구렁바가지가 되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

 

노인이라고 해서 천재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자, 석가, 베토벤, 피카소, 아인슈타인 등 노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며 창조적인 사상이나 작품들을 남긴 이는 수도 없이 많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같은 분은 2001년 당시 66세로 사업에서 은퇴하고 전재산의 3/4을 쏟아부어 자선사업과 미국 전역에 도서관 건립사업을 하며 마지막 생을 불살랐고 스콧 니어링 같은 분은 100살까지 살면서 여전히 생산적인 일애 종사하다가 100세가 되어 본인의 기력이 쇠잔하여 더 이상 노동을 할 수가 없게되자 스스로 단식을 해서 목숨을 끊었다.

 

혹자는 노년을 인생의 가을 혹은 겨울이라고 표현하면서 잘 물들은 단풍은 신록보다도 아름답다며 자위하지만 굳이 우리네 인생을 기계적으로 구분지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좋아하는 김장배추는 늦여름에 심어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수확해야 맛있고, 많은 식물이나 과일은 추운 겨울을 지나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러니 노인들이여! 우리 몸은 낡아빠진 잡동사니나 폐기물의 저장소가 아니고 고전과 장서가 가득찬 서재, 보물창고임을 증명하자. 비록 최신의 정보나 지식에서는 젊은이에게 밀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