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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aspakang 2022. 7. 6. 11:19

오래간만에 마음에 드는 책 한권을 읽고서 후기를 올린다. 심리학자인 서인국교수가 쓴 제목의 책이다.

 

저자는 시중에 수도 없이 나와있는 행복론으로 인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행복에 대한 개념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에서 목적론을 주창한 이래 인생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행복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행복하지 않은 인생은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인생의 매 순간 행복을 느껴야 하며, 어떤 철학자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주장에 한 대야 가득 찬물을 끼얹는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행복해야 하는 거라고, 생존을 위해서 행복감을 느껴야 하는 거라고. 마치 몽둥이로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는 격이다. 이러면 행복은 생의 목적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 실존이 되는 것이다.

 

행복은 우리의 대뇌--전두엽인가?--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우리의 뇌는 신체의 각 기관에서 전달되는 자극이나 자극을 신경계를 통해 전달받아  즐거움과 괴로움의 감정, 혹은 쾌락과 고통의 감정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즐거움과 쾌락은 추구하고 괴로움과 고통은 피하기 마련이다. 짧지 않은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의 역사에서 즐거움과 쾌락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개체와 종은 자연선택을 받아 진화를 계속했을 것이며 괴로움과 고통을 많이 겪었던 개체와 종은 사멸했다.

 

여기서 저자는 진화론을 심리학에 도입한 것이다. 물론 진화심리학을 저자가 처음 주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행복론을 얘기할 때 이편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인다. 배부르게 먹었을 때의 포만감,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즐거움. 이것이 없었다면 인간은 사냥과 목축과 농경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섹스가 주는 즐거움과 쾌락이 없었다면 인간들은 그 힘든 출산과 육아를 쉽게 포기하여 인간 종의 번성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행복의 조건으로 물질과 사람을 든다. 즉 돈과 인간관계이다.  행복을 위해 돈이 일정정도는 반드시 필요하며 그 이상은 행복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이론은 굳이 저자가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 바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사람과의 관계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거나 인간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행복도가 낮다. 그래서 외향적인 사람이 훨씬 행복하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에 대해 간결한 문장과 어려운 이론을 쉽게 설명해 놓아 비교적 쉽게 읽힌다.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만 저자의 이론을  21세기 신자유주의적 정보사회에서의 인간의 행복에 관해 적용을 해 보면 인류의 미래가 다소 불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