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고 우울한 나날이 계속된다. 갑자기 몰아친 북풍과 한파로 아파트에서 간밤에 분리 수거한 재활용 쓰레기들이 도로와 화단에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다. 비닐봉지, 종이쪽지, 스티로폴 조각들을 줍고있는 경비원들의 몸놀림이 몹씨 추워 보인다. 아침 출근길에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 중인 젊은 아가씨는 후드와 장갑, 마스크로 온몸을 중무장하고 있고 전동킥보드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녀의 장갑낀 손이 추위에 연신 꼼지락 거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저녁 퇴근길 올림픽공원앞 임시 선별검사소 , 오후 7시가 넘었는데도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장사진을 치고 있다. 회사를 퇴근하고 검사를 받기위해 그들이 몰고 온 차량들이 불법주차를 하고 있는 바람에 우회전도로가 정체된다. 기존 델타변이 바이러스도 전염력이 강한 변종이라는데 남아공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오미크론 변종은 이 보다도 전염력이 4배나 강하단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사망자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운다. 수많은 환자가 병상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대기시간이 길어져 중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중세 유럽에서 대 유행하여 당시 인구의 3분의 1인지 4분의 1인지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는 페스트가 생각난다.
또 다시 소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다고 한다. 점심때 친구랑 식당에 들렀는데 각 테이블마다 투명 아크릴 분리막이 되어 있다. 그런데도 바로 옆자리에 젊은이 4명이 앉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는 의자를 더 멀찍이 옮겨 앉는다. 분리와 불신의 벽이 육체와 정신을 모두 병들게 하고 있다.
앞으로는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 백신패스를 발급할 것이라고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이를 적용하겠다고 하니 백신부작용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강력 반발하며 시위를 벌인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서구에서는 강제적인 백신접종이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위협하는 제도라고 연일 반대시위를 하고 있다. 공동체의 안녕과 일상회복을 위한 과학적인 강제가 개인선택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짧지 않은 내인생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업무상 가야 하는 해외출장을 못간지도 2년이 다 되었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해야 할 일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데 이것은 개인의 이동의 자유를 심대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하기사 하도 음모론이 많이 유행하다 보니 모든 사실이 의심스러워 지는 세상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위층에 사는 의사에게 물어봤다. 도대체 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쯤 정복될 것인가? 그의 말이 정복은 불가능하고 독감처럼 통제가능한 수준이 될려면 아마도 5년정도 걸릴 것이란다. 매년 2,3차례 백신을 맞고 앞으로 3년을 더 견뎌야 한다는 말이다. 3년뒤에도 우리네 같은 노땅(?)들은 매년 독감 예방접종에다 코로나 예방접종을 맞아야 한단다.
친구 녀석이 이번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은 강해도 독성은 약해져서 오히려 이번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전파력도 강하고 독성도 센 변이종이 또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대부분의 망년 모임은 취소했고 이번 주말에 있는 꼭 가야하는 선배의 아들 결혼식 참석도 축의금만 송금하고 포기했다. 아! 이래저래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