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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aspakang 2021. 9. 6. 17:21

사전적 의미의 차별은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해석은 매우 중립적이고 등급이나 수준에 따라 대접이나 처우에 차이가 없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오해다.

 

긴 인류 문명사에서 차별이 존재하지 않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인간 사회에서는 개인이나 집단의 무력, 재산, 능력에 따라 실로 대단한 차별이 존재했다. 단순히 등급이나 수준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하는 정도가 아니라 등급이나 수준에 따라 실질적인 권력이나 권위에 놀라운 차이가 있었다

 

인류사회가 씨족, 부족, 부족국가를 넘어 다른 부족이나 인종을 정복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노예제도가 시작되었다. 노예란 한 개인 혹은 그 개인에 딸린 한 가족 전체가 다른 개인이나 가족에게 전인격적으로 소유당하고 지배당하는 구조이니 이는 차별을 넘어 종속, 예속의 수준이다. 

 

이러한 노예는 주로 정복당한 이민족이거나 중대한 범죄자 혹은 다대한 재산상의 손실이나 댓가를 치르는 경우에 성립되었다. 하지만 세상이 안정화되고 인지가 발달되면서 이러한 노예제는 점차 변질되기 시작헸다. 왜냐하면 노예는 주인에게 전인격적으로 지배당하는 주인의 소유물이므로  당연히 노예의 의식주는 주인이 책임져야 했다. 마치 목줄이 매여져 있는 개처럼 노예는 주인에게서 음식물을 제공받지만 그에 따른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생산력이 나오지 않아 가성비가 떨어지게 되었다. 이래서 등장한 것이 서양에서는 농노였고 동양에서는 노비였다. 완화된 노예제라고 해야하나?

 

근대에 아메리카 신대륙에 등장한 노예제는 전통적인 노예의 성립조건과는 질을 달리헸다. 서구가 지리상의 발견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자본주의가 태동하면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노예상인들은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하거나 흑인부족의 추장들을 속이거나 꾀어서 많은 아프리카인들을 확보했다. 추악한 노예상인들은 신대륙으로 이주한 백인 농장주들에게 대량으로 값싼 노동력을 공급했다. 자본주의는 그 성립과정에서 필요했던 일차적인 노동력을 가장 비자본주의적인 방법으로 확보한 것이다.

 

차별이 어디 노예들에게만 가해 졌으랴?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이나 황제를 정점으로 하는 계층구조하에 귀족과 평민의 차별이 존재했으며, 직업적으로도 사.농.공.상의 구별이 엄연히 있었다. 민주화가 되고 사민이 평등하다는 오늘날에도 인도에서는 카스트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며 심지어 노동자.농민의 천국이라는 북한에서도 무소불위의 최고존엄과 당간부와 노동자.농민의 차별은 극명하게 존재한다. 과거 유신시대의 표현을 빌면 소위 한국적 공산주의이다.

 

최근 코로나시대를 맞아 동양인들이 서구사회에서 차별과 냉대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질병에 동양의 황색인 전체가 코로나 질병 매개체로 인식되어 배척되고 있는 것 같다. 하기사 코로나사태 이전에도 서구사회에서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해왔고 심지어 미국에서는 흑인들도 자기네가 이등국민이고 동양인은 삼등국민이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대한다는 것이다.

 

차별의식은 수천.수만년간 인류사회에 존속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의 유전자속에 기억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제7식인 아뢰야식에 저장되어 있어서 수행하고 자제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발현되는 누대에 걸친 전생의 기억인지도 모른다. 근대이전의 모든 형식적. 사회적 계급이나 계층이 사라진 오늘날의 우리사회에도 차별은 오롯이 존재한다. 특히나 자본과 소득의 차이로 인한 차별은 더 심해지고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