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서글픈 뉴스를 접했다. 지난 번 미국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세력들이 미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 민주주의의 모범국이자 최강국인 미국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리라곤 상상을 하지 못했다.
시위대가 의회 건물의 창문을 부수고 의사당안으로 들어와 의원들을 위협하고 심지어 시위군중의 한명이 하원의장 사무실에서 책상위로 두발을 올리고 앉은 모습은 가관이다 못해 안쓰러웠다. CNN 뉴스 화면으로 본 자욱한 최루탄가스, 시위대와 대치하는 경찰, 그리고 총격까지..... 필자가 경험한 7-80년대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한 시위 못지 않은 광경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난입한 경우는 없었다.
이 시위와 난동은 다분히 지난 대선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트럼프대통령이 부추긴 측면이 많다. 그는 진작부터 대통령 당선자인 바이든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의회가 형식상으로 최종 인증하는 1월 6일에 지지자들에게 의회앞에서 결집하여 이에 항의하고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라고 독려했다. 그리고 당일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전에 이들 앞에서 행한 연설에서 "대선 불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연설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도대체 트럼프라는 쓰레기는 어떻게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으며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끝끝내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까? 어떤 명분이나 조건이 소위 바나나공화국에서나 있을 법한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지신을 지지하는 패거리들을 선동하여 난동을 부리게 했을까? 필자가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듣고 배워 온 세계최강, 자유와 민주의 보루인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지는 순간이다.
무엇이 시위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인 블루칼라 계층의 분노와 항거를 야기했을까?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남의 간섭을 받지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간 가난한 이민자들의 후손들이 동부의 부유한 부동산 개발업자인 트럼프를 목숨걸고 지지하는걸까? 이들이 왜 이렇게 과격해지고 비이성적으로 외골수가 되었을까?
필자가 보기에 이는 신자유주의의 보편화에 따른 소득불평등, 세계화, 그리고 금융자본주의 심화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바이든후보는 동부와 서부의 인구 많은 주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특정 주내에서도 도시지역에서 주로 득점한 반면 트럼프는 남부와 중서부 주들, 그리고 특장 주에서도 대부분 시골지역 카운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뉴욕을 비롯안 동부는 주로 금융산업이 집중되어 있으며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서부는 주로 IT업종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이 올리는 소득은 중.남부 농민이나 자영업자, 러스트벨트의 전통산업 노동자들이 버는 소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이들 중의 많은 일자리는 자유무역주의의 일환으로 전세계의 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지역에서 아웃쏘싱되고 있으며 그나마 남아있는 일자리마저 밀려들어오는 중남미나 제3세계 출신의 이만자들에게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인종평등, 성평등의 정책으로 인해 가난하지만 백인으로서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자존심마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경영학과 법률을 공부한 느끼한 수재(?)들이 컴퓨터를 이용한 금융공학으로 온갖 쓰잘데기없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그들만의 리그에서 고액연봉에 보너스까지 챙기고 인생을 즐긴다. 서부의 일류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수재(?)들 역시 온갖 Online 비지네스모델을 만들어 떼돈을 벌고 있는데 이들의 소득은 과거 30년 동안 제자리 걸음이다.
이제 미국이 건국한 지도 벌써 250여년이 지났다. 자본주의 등장이후에 급변하는 세계에서 미국이 최강자로 등장한지도 백년이 더 된 것 같다. 어느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지만 그 봉괴는 내부의 모순에서 시작된다. 코로나사태 이후 그 회복곡선이 모두가 회복하는 V자 곡선이 아니라 고소득층은 급속히 경제력을 회복하고 저소득층은 나락으로 추락하는 K자 형 곡선이 된다면 미국의 몰락은 자명해 보인다. 로마사 아니 중국 왕조흥망사를 찬찬히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