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새해가 시작된지도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간다.
얼마전 청와대 신년하례식에서 대법원장인가 하는 분이 떡국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에 치매까지 유발한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고 들었다. 새해에 떡국을 먹는다는 것은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것인데 이렇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는 얘기다.
어렸을때야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더 튼튼해지고 강건해 지는 과정이지만 육십줄에 들어서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노쇄나 퇘락의 과정이지 성장이나 강건해지는 과정일 수가 없다. 아무려나 노화의 과정이 즐겁거나 기분좋은 일이 아님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1초의 오차도 없이 이 시간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이 된다면 우리는 나이를 먹는 것에 데해 불평할 이유는 없다. 우리선대는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와 같은 과정을 거쳤으며 우리의 후대는 지금 청춘을 마음껏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임에도 어떤 사람은 엄청난 업적을 이루었거나 이 세상에 빛은 던지는 대단한 일을 하거나 나라를 구하는 위대한 일을 할 수도 있다. 물론 필자는 이런 위대한 인물이나 대단한 사람을 언급해서 나이 한살 더 먹은 우리네 늙다리들을 우울하게 할 의도는 없다. 다만 속절없이 지나간 시간속에 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자 할 뿐이다.
오늘날처럼 우리사회에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민주주의가 보편화되고 있는 때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이나 기수에 따른 권위나 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 늙다리들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정작 그들은 고등학교를 한해만 먼저 졸업했어도 영원한 선배로 대접받으려 한다. 군대조직인 육사나 해병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내 고등학교 동창생은 고등학교 들어올 때 이미 재수를 해서 동기생보다 한살이 많은데 육사들어갈 때도 재수를 해서 동기생들보다 두살이 많다. 하지만 욱사 3십몇기로 제대하고도 자기보다 나이 어린 한기수 위의 선배들에게 평생 깎듯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조직이라는 검사들 역시 육사 못지 않은 기수 문화가 있다고 한다. 우병우가 건방 떤 것도 소년 급제하여 안하무인이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 나이많은 선베들의 꼴불견 행진이다. 언젠가 고등학교 선배들과 술집에 간적이 있는데 술집에서 시중드는 아가씨가 선배중의 한명이 나보다 젊어 보인다고 하니 엄청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고서는 아무개 후배는 자기보다 몇살 아래인데 폭싹 늙어 보인다고 자기의 젊음을 자랑한다. 어려 보이면 어리게 대우를 받아도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텐데 정작 동년배로 같이 늙어가니 말터자고 하면 엄청 화를 낸다, 문제는 고등학교 선배가 재수를 하여 대학을 같이 다닌 경우다. 다른 고교출신의 한살 어린 동기생들과는 말을 터면서도 같은 고교출신인 우리에게는 말을 높히란다. 이러니 같은 동기생들끼리 한쪽으로는 말을 높히고 한쪽으로는 말을 낮추는 우스꽝스런 경우가 벌어진다.
각설하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 신체가 노화하고 고장이 나서 체력이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체력이나 성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관도 볼품없이 변한다. 10년 이용한 자가용차를 봐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10년된 차나 10년반된 차가 성능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 나이많은 자들은 무엇으로 승부해야 할까? 볼품없는 외관을 커버하는 것은 내면에 축적돤 경헙과 인품이다. 경험많은 수많은 소위 원로라는 분들이 거짓과 위선으로 망신당하고 손가락질 받는 경우를 수없이 본다. 그리고 경험과 인품은 진실에 의해 표현되어 지고 나타날 때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