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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

aspakang 2017. 10. 30. 18:43

경제학에서는 우리 생활에 편익을 제공하는 제품과 용역을 포함하여 재화라고 한다. 이 재화는 우리가 살아 가는데 도움을 주고 기분좋게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선한 이웃같은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영어로 재화를 goods라고 한다. 착한 것, 좋은 것이란 의미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화는 댓가를 지불하고 구입해야 하는 경제재와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자유재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재화는 경제재이긴 하지만 살아가는데 중요한 공기나 물등은 자유재로 분류된다. 뭐든지 상품으로 만드는 자본주주의가 발달하면 할수록 자유재도 경제재로 바뀌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의 세금으로 건설. 관리.유지되고 있는 도로나 국립공원등도 많은 경우, 우리가 내는 세금의 유무나 다소와 관계없이 무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공공재라고 한다.


대부분의 재화는 우리에게 편익과 가치를 주지만 어떤 재화는 개인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소위 비가치재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담배, 포르노, 마약같은 재화는 소비자에게 주는 편익보다는 그 해악이 더 크다고 보고 비가치재로 분류한다. 따라서 비가치재를 뺀 모든 재화를 가치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고전이나 문화재관람, 음악회관람권등은 특히 우리의 인격을 높혀준다고 보고 가치재로 분류한다.


사실 모든 재화가 상품화되어 있는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재화는 돈이다. 금속으로 되어 있는 동전등은 녹여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겠지만 유명인사나 문화재등이 인쇄되어 있는 지폐는 위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 자체로는 별 가치가 없다. 하지만 정부의 법에 의해 인쇄된 숫자만큼 가치가 있다고 법정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획득욕구 1순위의 재화가 되었다. 모든 재화를 구매할 수 있는 재화가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보편화하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부의 편중, 편재가 전지구적인 현상이 되었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현실에 더해 더 많이 가져야 더 높은 평가를 받은 세상이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화의 숫자는 문명이 발달할 수록 더 많아져왔고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필요하지도 않고 필요도 없다. 이 세상에 매일 새로운 재화가 쏟아져 나오지만 이 재화들을 우리가 다 소유할 수도 없고 소유할 이유도 없다.


이러다 보니 더 높은 평가를 받거나 평판을 얻으려는 부자들이 노리는 재화가 생겨났다. 사실 생겨났다기 보다는 이러한 재화는 예전에도 존재하기했지만 일부 귀족이나 왕족만이 전통적으로 소유하고 있어서 일반대중은 감히 꿈꾸지 못하던 재화다. 이런 재화는 소유한 사람들의 위신과 품위를 높혀주는 위치재 (postional goods)다. 위신재라고도 한다. 비엔나 신년음악회 입장권이나 고급휴양지에서의 휴가등은 위치재 중 용역재화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반 고흐나 피카소 그림등은 전형적인 위치재이다. 그 외에도 고 미술품이나 골동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것들의 가격은  부의 불평등이 심화될 수록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더 많은 소득, 더 많은 재화를 손에 넣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정책을 계속 진행해야할까? 기계 문명이 고도로 발전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이 제공해야할 노동의 수고로움을 대신하여 고도의 생산성을 보장해 준다면 우리는 타인보다 더 많이 가져야한다는 욕망에서 벗어날까? 아닐 것이다. 이미 우리는 마르크스의 훌륭한 이론이 보기좋게 실패하거나 기형적인 형태로 변한 체제들을 목도했고 지금도 우리의 북쪽에서 보고있다.


얼마 전, 로버트 스키델스키와 에드워드 스키델스키가 공동으로 지은 "How much is enough?"란 책을 읽었다. 경제학자로써 케인즈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아버지와 철학자인 아들이 힘을 합하여 저술한 책이다. 인간이 끊임없는 쾌락이나 욕망을 추구하는 자동인형이라는 가정하에서 출발하고 있는 근대경제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서다. 경제학에 철학이나 도덕, 공동체의 이익이나 가치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가져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