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크루즈여행을 했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일본의 4개도시를 관광하고 오는 상품이다. 여름성수기도 끝나고 가을 황금기가 오기전인 8월말 9월초가 이상품이 가장 저렴한 시기라는 친구들의 권유로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큰맘먹고 결정했다.
일단 부산 국제여객터미널로 가야 했기때문에 새로생긴 수서역에서 SRT를 탔다. 기존 KTX보다는 깨끗하고 좌석간의 거리도 조금 넓은 것 같았다. 더구나 KTX와 달리 역주행방향 좌석이 없어 쾌적하게 여행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오후 7시 부산 출항임에도 불구하고 2시까지 여객터미널로 오라는 여행사의 약속시간에 맞추어 부산역에 내리니 오후 1시반경, 선상파티 참가를 위해 정장도 준비해 오라는 바람에 짐이 많이 늘어나 와이프와 나는 커다란 여행가방 2개와 륙색을 매었고 와이프도 별도의 여행용 가방을 들었다. 부산역에서 내린 우리부부는 역내 안내데스크를 찾아서 부두터미널의 소재지를 물어보니 역에서 도보로 멀지않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도보로 걸어서 갔다. 크루즈선에 입항할 때만 운행한다는 역전에서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기본요금밖에 안나오는 여객터미널로 가는 손님을 꺼린다는 안내데스크의 전언이 있어서다. 손님이 택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택시가 손님을 골라서 모시는 한국의 서글픈 현실.
2시전에 여객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아차! 와이프의 휴대폰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가방을 이리저리 뒤져도 나오지 않는 휴대폰. 우리가 역을 빠져 나오기 전 역대합실 화장실을 들렀는데 아마도 그 화장실에 두고 왔을 거라는 것이다. 급히 와이프휴대폰으로 전화를 해보니 한참있다가 전화를 받는데 그 사람은 역의 분실물쎈터 직원이었다. 누군가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주워 의경에게 맡겼고 의경이 이를 분실물쎈터에 보관시킨 것이다. 고마운 사람들, 휴대폰지갑에는 카트도 한장 들어 있었다는데......
친구들 부부와 인사하고 여행사직원으로부터 승선티켓과 여행안내문을 받고 짐은 검사구역 안으로 밀어넣었다. 비행기와 달리 수속이 간단하다. 세관 검색대도 공황과 달리 엄격하지 않고 수월하다. 생수병도 뺏지 않고 라이터도 수거하지 않는다. 하기사 오만칠천톤이나 되는 배안에서 조그만 폭탄이 터진다고 배가 어찌되겠는가? 배의 보안검사가 훨씬 널널한 이유일 것이다.
배를타고 방배정을 받고 입실을 하자 와이프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본인은 내심 크루즈여행하면 왕년에 본 영화 "타이타닉"의 화려함 예상했던 모양인데, 우리가 도착한 방은 정말 초라했다. 일본의 비지네스호텔과 같은 작은 싸이즈의 방에 침대에 방 양쪽의 벽에 하나씩 붙어 있는 1인용 침대였다. 더구나 방은 복도 안쪽에 위치해 있어 사방이 막혀있는 사실상 감옥같은 방이다. 침대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며 찬란히 떠오는 일출과 아스라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일순에 사라졌다. 하기사 선진국 상류층이 즐긴다는 크루즈여행을 호텔방값수준의 돈을 내고 타면서 언감생심 베란다가 딸린 Seaview를 욕심낸 우리가 순진했던 것이리라.
여징을 풀고 쉬고 있으려니 이내 선내방송이 나온다. 이배가 연전에 이태리에서 대형사고를 낸 Costa란 회사 소속의 배라 선장과 주요 요원들은 모두 이태리 사람들인 것 같다. 흘러나오는 영어 안내도 이태리식 발음이라 짧은 내 영어실력으로 알아 듣기가 쉽지않다. 이어서 승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 여행객들을 위해 일본어 방송이 나오고 한국어 방송도 나왔다. 부산에서 탄 승선객 모두가 첫번째로 한 일은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한 안전훈련이었다. 우리 모두는 방에 비치된 구명조끼를 들고 8층 이벤트홀로 나갔다.
간단한 안전훈련이 끝나고 우리는 안내원을 따라 본격적으로 크루즈선 내부 관광(?)에 나섰다. 11층 후미갑판에 있는 수영장과 꼭대기층인 12층 선미에 있는 조그만 자쿠지, 뷔페식당과 요리를 주문할 수 있는 정통식당, 공연장과 회의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특히 항해하는 배의 선두에서 다가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운동할 수 있는 헬스장과 조그마한 카지노 그리고 면세품이 많지않은 면세점등을 볼 수가 있었다.
우리는 여장을 풀고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가이드가 첫날은 알라캇식당에서 크루즈선내의 식사를 즐겨 보라고 권하여서 주문서에 적힌 요리를 좋아라하고 주문하고 비싼 와인까지 주문하였으나 배달된 음식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품질이었다. 하기사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주문을 하니 그 음식을 일일이 요리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임은 자면하다. 또한 그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부페식당으로 제공되는 재료를 가지고 같이 만드는 음식이니 그 품질이 부펙식당에 차려져 있는 음식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괜히 폼잡느라고 비싼 와인만 시킨 꼴이었다. 우리는 다음날부터 부페식당을 이용키로 합의했다.
크루즈선은 예정된 출발시간인 7시를 훌쩍넘긴 10시경에 부산항을 출발했다. 선장의 선내방송에 의하면 태풍의 간접영향으로 파고가 높고 풍랑이 일어 출발 시간을 늦추었다는 설명인데 늦은 출발의 이유로는 궁색했다. 어쨌든 큰 배인데도 롤링이 상당히 있는 편이었다. 동행한 친구에 의하면 5만톤짜리 크루즈선은 작은 배에 속하며 보통은 10만톤이 넘고 15만톤이상짜리 배도 있다는 것이었다. 클수록 반드시 고급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10만톤이 넘어야 온갖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 질 수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후쿠오카에 도착한 우리는 후쿠오카 시내 관광은 포기하고 쑈핑에 나썼다. 당초 부산아줌마들 사이에는 후쿠오카에서 쑈핑을 하기로 샂ㄴ에 약속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오전내내 쑈핑하는 아줌씨들을 스타벅스에서 커피한잔 시켜놓고 기다리다가 잘 알지도 못하는 후쿠오카 상업지구를 배회하고 이어서 아주머니들이 찍어 놓았다는 맛집 쓰시집으로 향했다. 어느 상가건물에 들어있는 조그만 회전초밥집이었는데 정말 유명한 맛집이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음식점앞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줄이 쳐져있고 순번이 가까워지면 앉을 수 있게 조그만 목욕의자가 한 20개여 정도 놓여 있었다. 정말이지 밥먹기위해 식당앞 목욕의자에 30분이상 앉아 있었던 것은 난생 처음으로 기억된다. 이집 초밥이 특히 맛있었다는 기억은 없다. 다만 특이 했던 것은 전복 한마리를 통째로 올려주는 전복 쓰씨가 기억에 남는다.
이후 우리는 배의 일정에 따라 가나자와/마이즈루/마쓰에 등을 거쳐 부산으로 돌아왔다. 이 지역은 일본의 동해쪽에 면한 지역으로 태평양에 면한 지역에 비해 낙후되고 예전부터 못사는 지역이었다고 한다. 가나자와에서는 인근 알펜루트를 관광하고 마이즈루에서는 인근의 아마노다떼하시라고 불리는 석호의 자연방둑과 문수사를 구경하고 지역 축제도 관람하였다. 마쓰에는 우리와 독도 영유권분쟁을 하고 있는 시마네현의 현청소재지였다. 비록 우리와 정치적으로 적대하고 있지만 아기자기한 도시였다. 도시 한복판에 우뚝 쏟아 있는 시마네성은 일본 근세의 생산력이 우리의 그것을 뛰어 넘었음을 웅변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이번 여행은 여행의 마지막이라는 크루즈여행도 많은 급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득케 해주었다. 아울러 일본의 시골과 지방도시들도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세삼 알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