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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aspakang 2017. 8. 17. 12:10

한때 잘생기긴 했지만 우락부락한 얼굴과 근육으로 마초 배우로 알려진 김보성이 모든 표현을 "으리"로 마무리하며 의리의 상징처럼 떠오른 때가 있었다. 역시나 남자는 의리가 있어야 한다는 방증이리라. 의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1)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고 나오지만, 2)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라고도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의리를 언급 하거나 어떤 사람이 의리가 있다고 할 때는 주로 두번째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다. 두번째 의미 중에서도 바른 도리가 아니라 그냥 도리라고 해석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최근 이재용 삼성부회장 재판에 불려 나온 삼성의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종전에는 증언을 거부하다가 오너인 부회장님을 구하기 위해 의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오너의 스무스(?)한 재산상속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련의 수작과 작전을 수하들이 모르게 진행했다고 한다. 정말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소위 머슴들이 오너인 회장님, 부회장님 덕분에 백만장자가 되었으니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일관되게 거짓말을 해도 이는 죄를 짓는 것이 아니며 마땅히 지켜야 할 인간적인 도리로 보는 것이다.


삼성에 근무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는 삼성의 기업문화와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그간 몇차례 이름을 바꾸어 지금은 미래전략실이라고 불리는, 조직의 업무에 대해 많은 사실과 정보를 들어서 알고 있다. 그들은 매일 국내 기업과 정부의 움직임과 특이사항에 대해 정보보고서를 작성하여 회장님, 지금은 회장님이 식물인간이 되어 병석에 있으니, 미래의 회장님이 되실 부회장님께 매일 보고하며 지시사항을 듣고 이를 실행한다. 특히나 오너인 회장님의 관심사항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시사항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그 방안을 연구하고 만들어 낸다. 오너 회장님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오너 자녀들의 초대관심은 엄청난 오너 재산의 상속문제이다. 오죽하면 미래전략실이 상속전략실이라고도 불렸을까?


필자는 능력이 부족하여 삼성의 미래전략실에 근무할 기회가 없었다. 물론 한국적 풍토에서, 특히나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삼성의 기업문화에서 그 조직원들이 보스에 충성하고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이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그러한 상속전략과 작전들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일 것이다. 인간적으로 좀 안된 일이긴 하지만 그들이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의리로 포장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 용인되면 범죄집단과 무엇이 다르랴?


필자는 삼성그룹의 상속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패거리 문화의 폐해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의리라는 미명하에 불법이 용인되고 거짓말이 강요된다면 이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웃기게도 쫏겨난 전임대통령이 주창하셨는데 이제는 이 사회를 진정으로 정상화할 때다.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사법부의 정상화를 기대한다. 그래서 의리의 의미도 정상화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