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의 국정농단과 탄핵사건으로 이어진 대통령 선거도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소위 보수 10년(아니 9년) 정권이 지나고 진보정권이 들어섰다. 새대통령이 된 문재인씨는 전임 미혼여성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신선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하기사 새롭게 대통령으로 취임한 분들이 대개 그렇게 해왔지만 적어도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은 매력적이다.
사실 김영삼씨가 한국정치에서 문민정치를 보여준 이래 한국의 정치사는 보수와 진보의 정권교체를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도대체 보수와 진보가 어떤 이념적, 사상적 차이가 있길래 사사건건 대립하고 투쟁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한국적 풍토에서 보수/진보의 이념이 어떻게 굴절되고 굴곡되어 왔는지......
원래 보수가 기치로 내걸고 있는 자유주의는 근대에만 하드래도 전제군주정이나 입헌군주정에 맞서는 진보적 개념이었다. 왕이나 귀족, 특권계급만이 누려왔던 자유를 근대 부르주아지가 새로운 사회의 핵심계급으로 부상하면서 그들의 정치적, 경제적 자유를 요구하는 자유주의는 그들의 이념이 되었다. 보수는 전통과 명예를 존중하며 개인의 안위나 위신보다는 국가의 안위와 위신을 우선한다. 그들은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행동을 존중하며 개개인의 삶은 본인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신념이다. 따라서 그들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정부의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위에 끼어드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진보는 어떤가? 그들은 기본적으로 이 사회와 국가는 개선돠고 진보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들은 개인의 자유에 못지 않게 사회 전체적인 부나 행복지수가 올라가야 진보된 사회라고 생각한다. 환경은 사회전체의 건강과 행복을 보장하는 중요한 재화이며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험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지구가족이므로 우리나라의 발전 못지않게 세계의 균형발전도 중요하며 국방을 위해 과도히 무기를 개발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인류행복 증진을 위해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전통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유행과 트렌드, 자유분방함이 웃기게도 진보의 이념이 되었다. 동성애 역시 진보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있으나 이 역시 보수에서 주장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한국사회에서는 상당히 왜곡되고 황당하게 나타난다. 전통과 명예를 존중해야 할 보수가 더 부패하고 비도덕적이다. 정의는 보수의 가치에 가까운데 마치 진보의 전유물처럼 회자된다. 국가의 안위와 위신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국가로서의 최소한 위엄인 전시작전권은 미국에서 가져가라고 강권해도 보수쪽에 서 무기한 연기해 놓은 상태다.
한편 진보측에서는 환경문제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환경보호를 위한 투자와 예산마련에는 무지한 것 같다. 보수가 비도덕적이고 부패했다고 하면서 그들 역시 이사회의 기득권층이 되려고 불법.탈법을 자행하는 이중성향을 보인다. 그들은 소위 개인적인 정의감과 집단정의는 다르다고 강변한다. 그들은 노동운동만 하면 진보인사가 되는 줄 알며 한국노동계의 불의와 부패에 눈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