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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과 가치-2

aspakang 2016. 8. 6. 17:09

모든 가치를 계량화하여 가격으로 표시하려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오랜 꿈이다. 그래서 경제학이 이세상의 모든 가치들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의 제왕으로 등극하고 그것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도 학자의 제왕으로 군림하겠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관점에서보면 가격이 없으면 가치가 없다는 이상한 논리가 성립한다. 우리가 매순간 호흡하는 공기는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재화이지만 공짜로 무한정 쓸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없고 그래서 가치도 없으니 재화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니 가격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재화를 경제재라고 하고 가격을 지불하지않고 얻을 수 있는 재화를 자유재라고 한다. 깨끗한 물이 지천으로 존재했던 얼마전까지만 해도 물 역시 같은 취급을 받았다. 생수를 사람들이 돈을내고 사먹기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물의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우습게도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의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공동체의식, 희생, 공유, 우정등등 계량화할 수 없고 돈이 안된다고 생각되는 이런 가치들이 점차 사라지고 고독하고 이기적인 개인들만 남게된다.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을 정책에 도입하며 영국병을 고쳤다는 대처수상이 한 말이 생각난다. 사회란 없고 오직 개인만이 있을 뿐이다. 개개인들의 행복을 극대화하면 사회전체적 행복이 최대화된다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란 공리주의의 위대한  실천이다.


얼마 전 미국의 대학생들애게 무엇이 자신의 인생목표로 가장 가치있다고 보는가에 대해 복수의 문항으로 질문을 한 조사보고가 있었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70%의 학생들이 돈을 벌어서 안락한 생활을 누리는 것을 제1의 가치로 꼽았으며 그 다음 50%가 넘는 학생들이 유명해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소위 부귀해 지고 싶다는 것이다. 하기야 부귀해지고 싶다는 인류의 오랜 욕망은 아마도 전근대적인 신분사회에서 더 심했을 것이다. 부자이거나 귀족이 아니면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시대였으니 말이다. 이 사람들의 욕망을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계량화다. 가격은 그 끝을 모른다. 프로 야구의 경우를 들어보자 . 어느 유명선수가 연봉 50억을 받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표되면 뒤에 등장하여 더 나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는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며 당연한 듯이 이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지불된다. 문제는 이러한 엄청난 금액이 대부분의 선수에게 지불되는 것이 아니다. 실지로 프로 야구계에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평균임금보다 조금 더 많은 연봉을 그것도 신체적으로 야구를 할 수 있는 연령까지 받을 뿐이다. 퇴직금도 물론없다. 그래서 야구를 하는 많은 선수들가난하다. 도대체 타율 2~3푼 차이가 몇십억의 차이를 내며 몇십억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림이나 골동품등의 가격도 지난 몇십년 사이에 경매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올랐다. 그 사이에 명화나 골동품 조형미술들의 가치가  몇십배 몇백배 올랐을까? 명화나 골동품은 그 희소성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올라가는 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몇십배 몇백배까지 오른 이유는 희소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그 희소재/위신재를 더높은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기 때문이다. 이 경매 낙찰가격은 실시간으로 모두에게 공개된다. 


가치의 계량화는 위에서 언급한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에 대한 무시/배제/폐기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