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로 있는 내 고교 동기친구의 페이스북에 소개되어 있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필자는 친구의 제자로 신촌에 있는 S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신림동에 있는 S대학에서 대학원을 마친 사람으로 현재는 몇년간의 직장생활을 거친 후 현재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목의 책은 작가의 자전적소설 내지 개인의 성장사, 가족사를 기술하고 있는 사소설로 최근 새로운 형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소설장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대한민국의 비극적인 근대사의 소용돌이속에 살아 온 가족사와 전라도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신산하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해방공간에서 좌익운동을 하다 빨치산이 되어 산으로 들어 갔으나 결국은 토벌대의 포위공격과 자수 권유 가운데 자결을 택한 작은 할아버지. 그 자수권유 방송을 한 사람이 일제시대부터 면장을 한 할아버지라는 이야기, 그 할아버지도 좌익에게 가족의 목숨을 빼앗긴 사람의 후손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가난한 가정에서 공무원이 되어 보니 박정희정권이후 차별받는 전라도 출신이라는 꼬리표때문에 승진이나 출세의 문턱에서 번번히 좌절당하고 마침내 경상도 권력자에게 정면으로 맞서다가 된서리를 맞고 전라도 목포로 좌천된 아버지. 대한민국 건국이래 최초의 정권인 김대중대통령 하에서도 서울로의 입성은 좌절되어 결국 아들을 서울로 전학보냈으나 이것이 패착이 되었다.
당시 전라도(1990년대), 전라도의 핵심인 광주에서는 차별받는 전라도인이 성공하는 유일한 길은 공부를 잘해서 출세하는 것이라고 중학교때부터 싹수가 보이는 영재들을 모아 전라도 지역 중.고교선생들이 자발적으로 집중 과외와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쩐지 S대에 그 적은 인구수에 비해 광주출신이 많이 들어 간다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 작가도 당연히 그 영재그룹에 들어 나날이 실력을 쌓아 나가고 있었는데 광주의 고교출신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에 의해 강제로 전학을 당했다. 이후 작가의 학교 생활은 완전히 변해 날라리 일진 그룹이 되었다는 것. 재수를 해서 겨우 다른 이름의 S대에 진학했다.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오늘날도 유형. 무형으로 전라도. 전라도 출신에 대한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인데 경상도 출신이 필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전라도인들의 아픔과 비애가 느껴졌다. 이 작은 나라에, 남북으로 갈려 오늘날도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고 죽기살기로 싸우고 있는 이 나라에, 동서의 갈등과 차별이 이렇게 심하다니..... 인간의 특성이 경쟁과 차별과 독선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