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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금

aspakang 2014. 11. 25. 18:17

거리에는 낙엽이 날려 쌓이고 찬바람이 몰아치면 옷깃을 여미며 종종걸음을 친다.

 

해마다 이맘때면 한살 더 먹어서는 황송한 분들이 이 세상을 하직하셨다는 부고장과 한살 더 먹기전에 짝을 찾아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의 청첩장이 우선순위도 없이 몰려온다. 결혼과 죽음에 어디 정해 놓은 계절과 시간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계절이 바뀌는 늦가을에 가장 많은 횟수의 부고장과 청첩장을 받는 것 같다.

 

지난주만 하드래도 주중에 지인의 어머님이 돌아 가셨다고 해서 병원장례식장에 다녀오고 주말에는 대학동창 친구의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 한쪽에서는 우리보다 한발 앞선 세대의 죽음을 애도하고 다시 우리 자식 세대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주는 역할을 반복한다. 뭐 새삼 새로울 것도 없는 삶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어느 선사의 선시처럼 일락서산월출동 - 서산에 해떨어지니 동산에 달 떠오르는 이치다.

 

이러한 삶의 중대사에 가족친지나 지인들이 모여서 고인의 죽음를 애도하고 그 장례경비를 상호부조로 도와주거나 새로이 출발하는 자식세대의 결혼에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그들의 주거와 세간살이 마련에 도움을 주는 것은 우리네 좋은 미풍양속이다. 전자를 조의금이라 하고 후자를 축의금이라고 하는데 이 둘을 뭉뚱거려 부조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부사람들은 경.조사비라고 아예 비용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시대가 바뀌어 예전의 상호부조개념이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치우치거나  심지어 뇌물의 성격까지 가지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남의 경조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면서 자신의 경조사에는 동창회.동기회, 심지어 직장 OB모임이나 종교모임, 동호회모임을 통해 알리는 것은 약과다. 거래처의 담당자는 자신의 부서원 경조사를 챙기는 것까지는 봐 줄수 있다. 이를 넘어서서 자신과 관련이 있는 부서의 모든 경조사를 챙겨서 하청회사나 납품회사의 담당자에게 알린다. 갈수도 없고 안 갈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가 된다.


그 보다 더한 것이 끗발있는 관공서나 공기업등의 고위공직자들이 보내는 경조사 안내이다. 물론 이런 안내장을 본인이 내지는 않는다. 남의 호의를 이용해서 점수를 따려는 충직하고 아첨하는 부하직원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다.


필자는 이 모든 사회적 관습이나 관행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이미 매장문황에서 화장문화로 호화분묘에서 간단한 가족묘나 유골함 저장의 형태로 바뀌었다. 따라서 장례비용은 많이 들지 않느다. 필자의 경우도 십수년전에 매장한 아버님의 장례식 비용이 부조금에 훨씬 못미쳐 경비를 빼고 남은 부조금 잔액을 형님에게서 일부 나누어 받은 적이 있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새출발하는 결혼식에 부조금을 내어 이들이 주거와 세간살이를 마련하는데 일조가 되는 축의금은 계속 존속해야하고 또 부조도 할수만 있다면 많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호화결혼식에는 우리의 부조금이 당일의 식사비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말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례식은 조의금은 상기의 이유로 안받거나 받드래도 축의금의 절반이하가 되어야 한다. 부모님의 시신을 수습하고 돈이 남아 이를 분배하거나 이 돈으로 가족 단체 해외여행을 다녀 오는 것은 누가 봐도 모양이 좋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