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기 신학자인 라인홀트 니버(Karl paul Reinhold Niebuhr)는 그의 저서 "도덕적인 인간과 비도덕적인 사회"에서 "모든 인간집단은 개인과 비교할 때 이성과 자기극복의 능력,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욕구를 수용하는 능력이 훨씬 결여되어 있다.게다가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들이 개인적 관계에서 보여주는 것에 비하여 훨씬 심한 이기주의가 모든 집단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소위 집단이기주의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장애인을 돕고 심지어 장애인 요양원이나 복지시설에 자발적으로 찾아 가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 소녀에 염소새끼 한마리를 사 줄수 있는 돈을 기부한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인이 우리의 옆집으로 이사오는 것을 별로 환영하지 않을 것이며 부모도 없는 그 아프리카 소녀가
우리집에 들어와서 같이 살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 소녀를 우리집에 들이지 않는 것은 우리의 의지로 가능한 일이지만 장애인이 우리옆집으로 이사온다면 어떨까? 우리의 감성은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을 지으라고 하겠지만 이성은 싫은 내색을 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장애인 복지시설이 우리집이나 우리 아파트단지 옆에 들어선다면 어떨까? 아마도 아파트부녀회에서 반상회나 주민결의를 하여 주민 다수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집단으로 결사반대를 외칠 것이다. 실제로 이런 경우를 우리는 종종 신문.방송에서 보고있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있는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는 인간이 이성적이기 이전에 감성적이며 이타적이기 이전에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집이나 아파트단지 옆에 장애인시설이 들어서면 보기도 안좋고 또 아파트가격도 하락할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시설이 내 거주지 주변에 들어서는 것이 싫다. 그런데 나 혼자라면 이런 야비하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면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집단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이기적인 집단속에 파뭍혀 나의 이기주의가 감춰진다. 또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다고 판단하고 행동하는데 나라고 굳이 아니라고 할 필요가 무에 있으랴는 소위 집단 무의식이 자리잡아 나의 이성은 무뎌지고 죄의식은 가벼워진다. 필자와 같이 매일의 생존을 걱정하는 장삼이사들의 일반적인 행동.행태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인간의 영적구원을 외치고 인간의 자기완성을 꿈꾸는 종교집단에서도 일어난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영적구원이고 자기완성이고 나발이고는 없는 야비하고 속물적인 인간군상들의 집단에 다름없는 단체가 될 것이다.
오늘 신문에 서울 어는 교회의 목사가 자기 교회에 다니던 신도가 그 교회를 떠나 다른 교회에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여러차례 설교에서 이 신도가 이단의 집단으로 옮겨 갔다고 비난했다고 했다. 이 신도가 정말 이단의 집단으로 옮겨 갔다고 하드래도 그 이유만으로 이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그리고 이 사람이 옮겨 간 교회는 소위 이 나라 개신교에서 지칭하는 이단의 집단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목사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목사는 수시로 교회 설교를 통해 이 신도가 개업한 김밥집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신도들은 매일같이 김밥집앞에 몰려와 "이단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결국 이 김밥집은 개업한지 20일도 못되서 문을 닫게 되었다.
한국 기독교 아니, 개신교의 오만과 독선이 도를 넘었다.한국에서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다고 믿는 것은 좋다. 하지만 똑같이 교회에 다닌다고 해서 모두 하느님의 구원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구원은 개개인에 달린 문제이며 개인의 영성과 수양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교회집단의 문제로 넘어 오면 모든 영성과 이성은 사라진다. 예수가 이 땅에 처음와서 받은 박해에 못지 않은 박해를 비기독교도.탈기독교도에게 가한다. 승복을 입은 스님앞에서 십자가를 흔들며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고 외치는 광신도들과 이를 부추는 목회자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 세상에는 다양한 믿음과 종교가 존재한다. 그간 한국 보수 기독교가 보여준 불관용은 오만을 넘어 범죄의 수준에까지 온 것 같다.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기독교계의 맹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