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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화의 비극-치매

aspakang 2013. 5. 23. 18:43

문명이 발달하고 인간의 물질적 삶이 여유로와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급격히 호전되었다. 아니 호전되는 것을 넘어서서 과잉 영양이 문제가 되는 시대에 접어들어 이제는 불필요한 영양을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온사회가 강조하는 모양새다.

 

또한 의료기술의 놀라운 진보는 인간에게 발생하는 대부분의 질병을 제거하고 치료해 내는 단계에 도달했다. 또한 단순한 질병의 치료단계를 뛰어넘어 손상된 신체부위나 장기를 인간의 생명마저 복제해 내는 기술을 발견한 단계에 이러렀으니 소위 생명공학이라 불리는 학문이 종래의 의학.생물학.화학을 통섭하는 새로운 학문으로 자리잡았다.

 

이러니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지 않을 수 없다. 옛날에는 육십세만 넘어서도 장수했다고 해서 환갑잔치를 거하게 치뤘는데 필자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집에서 열었던 할머니의 환갑잔치를 잊을 수 없다. 넓은 바깥마당에 차일을 치고 마을사람들은 물론 근동의 일가.친척들을 모두 불러모아 성대한 잔치를 벌였는데 큰누나가 가족대표로 축사를 읽고 당시에 많았던 거지.상이군인.음성나환자들에게도 모두 잘 차려진 환갑잔치상을 대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세가 이러했으니 칠십을 넘기는 것은 희유한 일이었다. 그래서 공자님이 "인생칠십고래희" 라는 말씀을 남기시어 칠십을 다른말로 고희라고 하고 칠십세 생일을 고희연이라고 한다. 이제 사람들은 환갑잔치는 아예 하지도 않고 칠십세잔치를 성대히 치뤄 과거의 환갑잔치를 대신하는 분위기다.

 

이제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팔십을 넘어 백세까지 연장될 모양이다. 중늙은이인 우리 동기들끼리 모이면 우리가 죽을 때쯤되면 평균수명이 백세가 될 것이라 하며 "구구팔팔이삼사"라는 말도 생겼다.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이삼일 앓다가 죽는 것을 소망한다는 말이다. 젊은이들이 들으면 정말 징그럽다고 할지 모르겠다.

 

누구나 오래살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삶은 다 죽더라도 본인은 끝까지 살아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사람들이 오래사는 것이 개인에게는 물론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첫번째는 아이러니하게도 노인이 아니라 청년의 문제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 총인구구성비에서 노인인구비율이 청년의 인구비율보다 높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현재 50대인 사람들의 숫자가 20대인 사람수자 보다도 많다. 즉 앞으로 엄청나게 늘어나는 노인들을 부양해야 할 생산력을 가진 인구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이는 인간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인 자신의 문제다. 누구나 오래사는 것을 원하고 축복이라고 하겠지만 단지 시간상으로 오래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하며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면서 품위있게 오래 살아야만 의미가 있고 오래 살아서 행복한 인생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치매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유물론자들은 먼저 물질(육체)가 있어야 정신이 존재한다.(깃든다)고 말하지만 정신없는 물질은 의미가 없는 정도를 넘어 사회적 부담내지는 해악이 된다. 어제까지 멀쩡하던하던  부모님이 자신을 망각하는 것은 물론 주위사람들을 알아 보지 못하는 것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현재의 기억을 깡그리 잊어먹고 과거의 특별한 사실만 을 기억하는 단계를 넘어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황단한 태도로 주위사람들을 대할 때, 죄송한 말이지만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것은 단순히 불필요한 정도를 넘어 재앙이 된다.

 

그런 치매를 앓는 본인은 어떤가? 어제까지 훌륭한 가장. 이상적인 부모.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모범적으로 살아 온 자신의 인생을 깡그리 부전하는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부끄럼없이 저질러야하는 참담한 신세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치매환자를 돌보기 위해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과 고통은 치매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원불교의 가르침에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말이 있다. 물질문명이 인위적으로 늘여 놓은 육체의 수명에 맞게 정신의 수명을 늘여나가야 한다. 어떻게 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