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용어에 핸디캡이란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줄여서 핸디라고 하는데 보통 18홀 규정타수인 72타보다 얼마나 많은 타수를 치는지 계산하여 본인의 핸디로 정한다. 요즘이야 워낙 골프가 대중화되어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지만 핸디가 높아서 좋을 것은 없다.
극히 일부분의 골퍼를 제외하고는 핸디가 없을 수 없다. 물론 전문 프로골퍼야 마이너스 핸디이고 매일 연습장과 골프장을 오가는 돈많고 시간많고 재능있는 아마추어 골프중 일부도 핸디가 없지만 이 역시 골프장의 난이도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러니 우리네 같이 실력없고 능력없는 주말 골퍼야 핸디가 높을 수밖에..... 오죽하면 주말 골퍼의 꿈이 핸디가 한자리 숫자가 되는 싱글이랴.
어쨌든 핸디캡이 없는 골퍼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핸디캡은 영어로 장애를 뜻한다. 그래서 핸디캡이 있는 사람 (the handicapped)이란 장애인을 뜻한다. 팔다리가 없거나 눈이 보이지 않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우리는 장애인이라고 하지만 저능아나 치매등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장애인도 많다. 하지만 인생살이에 장애가 어찌 이것 뿐이랴!
끓어 오르는 욕정, 수험생을 괴롭히는 수면욕, 수행자를 눈멀게 하는 명예욕등 자신 내부의 장애에서부터 돈없는 자의 고단함, 배우자의 불륜, 말 안듣는 자식, 고부간의 갈등등 외부로부터의 장애등 정말이지 극히 일부분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우리 모두 어떤 의미에서는 장애인이라 할 수 있다.
맹인, 외다리, 치매노인등의 장애인 못지 않게 많은 삶들이 장애을 안고 살아가는 장애인이며 일부는 전자의 장애인 못지 않게 고통과 비애속에 혹은 분노와 저주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장애에 주눅들지 않고, 장애를 극복하면서 살아 가고 또 성공하는 사람도 많다. 어쩌면 장애를 그냥 인정하고 살아 가는 것이 성공하는 삶인지도 모르겠다.
하이 해디캐퍼라고 골프를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내친구 녀석은 핸디가 높지만 동료 골퍼들에게서 인기가 많아 언제나 골프 같이 치자는 연락을 많이 받는다. 워낙에 친구 좋아하고 성격도 좋아 매번 돈을 잃어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최경주가 전세계 내노라하는 골퍼들을 물리치고 연달아서 우승하는 낭보를 전해 주고 있다. 나는 과묵하고 진중하게 전진하고 있는 탱크같은 최경주가 좋다. 듣자하니 그는 소리없이 불우한 후배 선수들을 지원하고 자선행위도 많이 한다고 한다. 하기야 그는 핸디캡(장애)가 없는 사람이 아닌가? 언젠가 그와 함께 한 라운드 돌고 싶다고 한다면 과욕일까?